
방위산업이 새로운 지역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기업의 방산 진입을 지원한다는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수도권과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방산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지역 제조업의 새로운 활로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번쯤 냉정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정말 클러스터인가?”
클러스터의 성패는 투입된 예산이나 건설된 시설의 규모로 판단할 수 없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군, 체계종합업체가 서로 연결돼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시험하고,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하며, 최종적으로 매출과 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방산은 일반 민수산업과 다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보안과 품질관리, 시험평가, 인증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민수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다고 해서 곧바로 방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랜 기간 검증된 기존 협력업체를 선호하는 체계종합업체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지자체가 발굴하고 지원한 기업이 실제 방산 공급망에 편입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따라서 방산클러스터의 성과를 단순히 ‘지원기업 수’나 ‘R&D 과제 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이 실제 방산 매출을 만들었는지, 체계기업의 공급망에 들어갔는지, 군에 납품했는지다. 또 하나의 문제는 클러스터가 자칫 ‘국비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정부 지원 기간에는 기업과 기관이 모이고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지만,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 간 거래와 공동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을 들여 구축한 시험·인증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시설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업 종료 이후 실제 기업들이 얼마나 활용하느냐다.
지역 간 중복투자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AI, 드론, 로봇, 유·무인복합체계, 소재 등은 모두 중요한 방산 분야지만 여러 지역이 비슷한 분야를 동시에 특화산업으로 내세운다면 ‘특화’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진다. 국가 전체의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지역별로 유사한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점도 만들기 힘들다. 지역경제 효과 역시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첨단 방산은 대규모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전통 제조업과 달리 고급 기술인력 중심의 산업이다. 따라서 클러스터 하나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대규모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역 대학이 인재를 공급하고 기업이 성장한 뒤에도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산업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이제 방산혁신클러스터 정책은 ‘R&D 지원’에서 ‘시장 진입’으로 중심축을 이동해야 한다.
지역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군이 실증하고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개발 이후 시험·인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의 소요와 구매로 연결되는 경로가 필요하다. 또한 체계종합업체가 지역기업과 공동개발하고 제품을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참여 유인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별 차별화도 필수적이다. 모든 지역이 완성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 어떤 지역은 특수소재, 어떤 지역은 정밀가공, 또 다른 지역은 AI·소프트웨어나 시험평가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이 국가 방산산업 공급망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실패한 정책도, 성공한 정책도 아직 아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구축한 인프라와 기업 기반을 어떻게 실질적인 산업생태계로 전환하느냐다. 앞으로 클러스터의 성적표는 예산 집행액이나 시설 개수로 작성해서는 안 된다. 실제 매출이 발생했는가, 군에 납품했는가, 양산으로 이어졌는가, 그리고 그 기업과 인재가 지역에 남았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방산클러스터는 정부의 지원금이 들어올 때만 움직이는 사업이 아니라,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과 연구기관이 스스로 연결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구조여야 한다. 이제 방산혁신클러스터 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를 투자했는가’가 아니다.
“그 투자로 지역에 어떤 방산산업의 힘이 남았는가.”
방산혁신클러스터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클러스터가 아니라, 더 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선택과 집중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