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이후 남은 잔여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1년간 약 1600가구에 달하는 민간분양 잔여주택을 대상으로 공공임대 확대를 통해 ‘로또 청약’ 논란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분양 후 계약이 취소되거나 미계약으로 남은 주택은 LH 등 공공기관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민간 아파트와 견줄 만한 품질과 입지를 갖추면서도 임대료 부담을 낮춰 장기 거주가 가능한 주거 유형으로 설계됐다.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을 무주택 청년층에 공급하고, 기본 거주 기간은 6년이며 출산 시마다 연장해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잔여물량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해왔다. 해당 물량은 청약가점이나 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어 청년과 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 기회가 제한적인 계층이 마지막으로 도전할 수 있는 경로로 여겨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경기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의 전용 84㎡ 한 가구에 294만 5000여명이 몰리며 ‘로또 청약’ 논란이 일었다.
이번 정책 전환에 따라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되던 주택이 공공임대로 전환되면서 무주택자가 분양을 통해 소유권을 확보할 기회가 줄어드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 기회가 축소된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면, 임대를 원하는 무주택자에게는 안정적인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언급한 잔여물량은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 85㎡ 이하 민간분양 잔여물량 약 1600가구로, 대규모 매입임대 공급 계획과 비교하면 한정적인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서 매입임대 9만 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6만 6000가구를 규제지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잔여물량은 전체 매입임대 물량의 약 4.8%에 불과해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상 물량 자체가 많지 않고 선호도가 높은 주택은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정책이 주택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민간 사업자 측면에서는 미분양 위험을 줄이고 사업 추진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미계약 물량을 공공이 매입해 확정된 출구를 제공함으로써 착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쟁점은 LH의 매입 가격과 매입 대상 기준이다. 고분양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LH가 민간사업자의 기존 분양가대로 주택을 인수하면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LH 호구론’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분양가보다 낮은 감정가 등을 기준으로 매입하면 민간사업자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경기 성남 ‘더샵 분당센트로’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21억 8000만원에 달했고, 84가구 중 50가구가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물량이 발생했다.
LH의 재무 건전성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LH 총부채는 173조 6000억원, 부채비율은 230.8%에 이른다. 잔여주택 매입이 늘면 재무 부담이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매입 대상과 가격 산정 기준, 시행 시점 등 세부 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현재 정책 방향만 제시된 상태라며 추후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방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시장 과열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